문화체육 2016년 해외오감여행 체험수기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박경란 댓글 0건 조회 24,402회 작성일 16-12-16 16:38본문
제목: 약속
이름: 김순화
2010년 결혼 15년 만에 우리 부부는 처음 정선으로 부부만의 여행을 떠났다. 사는 게 뭔지 두 딸을 낳아 나름 안정된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다. 너무 빡빡한 일상이 어느 틈엔가부터 우리 부부에게 권태라는 부부라면 한번은 꼭 거친다는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작은 일에 부딪히고 가족에 대한 배려가 작아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좁아져 상대에게 상처 되는 말들이 오고 갔다.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탈출구가 필요했다. 고심하다 생각해 낸 것이 여행이었다. 보이지 않는 내가 과연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혹시나 남편에게 부담감만 더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은 저 멀리 행동으로 옮겨보자 결심하니 용기를 낼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부부 여행은 일 년에 한번 국내등 국외등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게 되는 약속이 되었다.
.동문장애인복지관 해외오감여행은 2013년 태국을 다녀온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번 필리핀 세부, 막탄 여행은 넓은마을 공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었다.
여행 날짜를 기다리는 마음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는데 남편의 회사 사정으로 부부의 여행이 21살, 17살의 두 딸과의 여행으로 바뀌게 되었다. 딸들과의 여행은 처음이라 내심 걱정이 앞섰지만 이번 기회에 두 딸들과 더 친밀해지고픈 욕구가 걱정을 밀어내고 기대감과 행복으로 채워졌다.
4시간동안 날아간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약 1시간 늦었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도착한 호텔은 별 다섯 개 라던데 크고 깔끔했다. 호텔식 조식은 필리핀 요리가 대부분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밥알이 각자 돌아다닌다는 것, 쌀은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식이 대부분인 조식은 먹을 만큼 입맛에 맞아 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었다. 3일 동안 여행지중 가장 두 딸들과 재미있었던 것은 첫 여행지인 아일랜드 호핑투어 체험, 보트를 타고 산호 보호지역인 해양국립공원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었다. 산호와 열대어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깊은 바다 속에서 수영도 하고 작은 딸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지금도 작은 딸은 엄마를 한 번도 바다 속으로 빠뜨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엄마를 꼭 바닷물에 빠뜨리겠다며 열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 막탄섬의 유일한 짐라인도 제법 짜릿했다. 2년 전 화천의 산천어축제 때 타본 경험이 있어 무섭지는 않았다. 조금 더 길이감이 길었으면 하는마음과 약간의 안전 미비가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력과 생활수준이 약하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2시간의 전통 오일 맛사지를 한방에서 두 딸들과 받으면서 새삼 우리 딸들이 많이 컸구나 실감되었다. 군소리 없이 맛사지를 제법 잘 받고 맛사지 받은 소감도 잘 표현했다. 현재 안마사로 일하는 내게 필리핀 전통 맛사지는 몇 가지 기술을 익히는 계기도 되었다.
육류가 주식인 필리핀 요리는 야채의 소중함을 불러왔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안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전통 과일 시장에서 작은딸은 세 명의 필리핀 친구를 사귀었다. 한국어를 제법 사용하고 페이스북을 사용할 줄 안다며 자신들의 정보와 교환하며 금세 친구가 되었다. 작은딸 사랑이는 필리핀 친구에게 기념으로 자신이 쓰는 모자를 주었고 상대 필리핀 친구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도 아이들의 밝고 맑은 마음은 우리 어른들이 본받을 만 했다. 세부 명물이라 하는 트라이시클 체험, 멀티 캡 시승 체험 및 세부 복합구조 쇼핑몰인 SM백화점 탐방과 또 한 번의 전통 오일 맛사지를 끝으로 우리의 5박 3일 여행은 끝을 맺었다. 20여명의 적절한 여행 구성원과 무리 없는 여행 일정, 현지식이면서도 우리 입맛에 어울리는 음식들. 우리나라 과거를 연상시킨 필리핀 5박 3일의 여행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누군가 내게 보이지 않는데 여행을 즐길 수 있냐고 물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당연할 수 있다. 왜냐면 나도 처음 여행을 계획했을 때 이런 의문을 품었으니까....
몇 번의 국내외 여행을 경험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듣고 맛보고 촉각으로 느끼고 가족들과 동료들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현지 식 요리를 통해 그 나라의 음식을 체험하고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짧지만 그들의 일상에 합류하여 그들의 생활양식을 함께 나누며 그 나라의 현주소를 조금은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소망, 사랑 예쁜 두 딸들과 처음으로 함께 한 여행, 이 녀석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시작된 여행은 우리 딸들 정말 예쁘게 잘 컸구나로 끝을 맺었다. 아직은 세대 차이로 딸들과의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나지만 여행에서의 얻은 예쁜 추억으로 마음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 나가고 있다.
'엄마, 내년에도 또 가자!'
'그래 꼭 가자!'
이렇게 나와 두 딸은 약속을 하며 마음을 합했다.
해외오감 여행을 통해 시각장애로 인해 소실된 자존감에 힘을 얻고 좁혀진 생각과 마음에 넉넉함을 선물한 동문장애인복지관 관장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